출근 후 한 시간이 지나면 회사의 공기는 묘하게 변합니다.
누군가 커피를 내리고, 누군가는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,
또 누군가는 작은 메모지를 들여다보며 조용히 한숨을 쉬죠.
그 시간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**‘오전 10시 실험실’**이라고 불렀습니다.
누가 처음 붙였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.
하지만 그 이름이 꽤 정확하다는 사실만큼은 모두가 인정했죠.
오전 10시는,
각자 마음속에서만 굴리고 있던 아이디어가
슬쩍 고개를 내미는 시간입니다.
업무를 시작하기엔 아직 이르고,
이미 커피를 마셨으니 가벼운 상상 한 조각을 품을 여유가 생기는 순간이었죠.
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.
한 연구원이 조용히 말문을 열었어요.
“혹시…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에 작은 ‘틈’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?”
그는 ‘틈’이라는 단어를 꽤 신중하게 골랐습니다.
더 크지도, 작지도 않은,
사용자가 잠깐 숨을 쉬고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여백 같은 공간.
그 말은 팀 전체의 시선을 끌었습니다.
🤔 (동료 1) 틈이라니… 기능을 없애거나 줄이자는 말인가요?
😌 (연구원) 아니요. 오히려 더 풍부하게 만들자는 의미죠.
😮 (동료 2)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비워서 더 잘 보이게 하는… 그런 느낌?
😊 (연구원) 네. 우리가 너무 꽉 채우기만 해온 건 아닌지, 다시 보자는 거예요.
그날 이후, ‘틈 프로젝트’는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.
어떤 팀은 UI 한 줄을 지웠고,
어떤 팀은 텍스트의 여백에 더 큰 의미를 담았고,
또 어떤 팀은 고객에게 잠깐의 선택 시간을 주는 방식을 실험했죠.
놀라운 점은, 변화의 속도가 아니라
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.
“가볍네.”
“여유가 생겼어요.”
“이게 더 우리 같아요.”
작은 틈은 결국 사람들에게도 틈을 만들었습니다.
말을 꺼낼 여지,
더 좋은 방향을 제안할 수 있는 숨구멍,
그리고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거죠.
누군가는 말했습니다.
“우리가 만든 건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새로운 리듬이에요.”
그 말은 모두의 마음 깊숙이 가 닿았습니다.
어쩌면 우리의 서비스가, 제품이, 회사가
조금 더 오래 사용자 곁에 머물 수 있는 이유가 된다면
그건 거대한 혁신보다 작은 틈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었죠.
그렇게 오전 10시 실험실에서 시작된 작은 질문 하나가
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
회사의 분위기,
그리고 미래의 방향까지
조용히 바꾸고 있었습니다.